믿음에 대해 알게된 점이 있다. 절대적인 믿음이란, 맹목적인 사랑이란 인간에게 있어서 존재할 수 없다.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그것이 존재함을 믿어야만 한다. 그런 것이 존재할 것이라는 기대가 필요하다. 그리고, 인간은 스스로의 악을 밀어내기 위해 신을 믿어야만 한다.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으리라 믿어야만 한다. 살기 위해 사랑받기 보다는, 구원 받기 위해 사랑해야만 하는 것이다. 그것이 인간이 신을 향해 품는 환상이다. 인간은 보통 스스로 구원의 주체가 될 수 없다.
또 한가지 알게 된 것은 SF라는 장르문학의 특징이 연극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. 테드 창에 대해 조사하면서, 그가 한국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SF에 대한 정의를 내린 것을 봤다. 테드 창은 SF란 과학적인 논리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했다. 그리고 작가와 독자가 동시에 '다른 세계'를 머릿속에 그려보며 '사고를 실험하는' 장르라고도 했다. '지옥은 신의 부재'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천사의 강림과, 지옥의 존재를 증명하는 광경이 발 밑에 보이는 세계를 언어로 탄생시켰다. 그리고 강림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신을 증오하게 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작품이다.
그래서 나는 연극이 무대에서 구현하는 그 현실과는 '약간 다른' 차원이 SF장르의 논리와 닮아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.
소설이 희곡으로 재탄생 하면서 무대위에 현실화된 인물들은 다양한 선택에 대해 이야기 하며, 진정한 구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인다. 나는 그 '약간 다른' 회합장으로 관객을 초대하고 싶었던 것이다. 하지만 열띤 토론이 되지 못했다. 인물이 너무 적었고, 대사는 너무 설명적이었으며, 시점또한 너무 지난 상황이었다.